"결정과 선택은 선수 본인의 몫"…김기동 감독이 말하는 FC서울 레전드들의 마지막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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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현역 시절 포항 스틸러스의 레전드였던 김기동 감독은 팬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FC서울의 레전드 대우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을 돌아보며 모든 것이 선수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했다.
김기동 감독이 지휘하는 FC서울은 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홈 경기에서 외인 4총사 활약을 앞세워 4-1 대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확보한 서울은 승점 30(7승 9무 5패)이 되면서 리그 6위로 올라섰다. 또한 서울은 지난 3월29일 대구FC전 3-2 역전승 이후 꼭 3개월 만에 상암벌에서 승리를 추가했다.

전반전 초반 린가드의 페널티킥 선제골에 이어 포항 미드필더 오베르단의 퇴장 이후 루카스와 둑스의 추가 득점이 연달아 터지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서울은 후반전 포항에 만회골을 허용했으나, 클리말라의 쐐기골로 경기를 끝냈다. 서울이 이번 시즌 네 골을 터트린 것은 포항전이 처음이다.
다만 경기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어수선했다.
최근 알려진 기성용의 포항 이적설 때문이었다.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던 서울 공식 서포터즈인 수호신은 예고한 대로 침묵했고, 서울 팬들은 서울 레전드인 기성용의 이적을 두고 김기동 감독과 구단을 비판하는 걸개를 내걸며 김 감독을 향해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앞서 현 상황과 관련된 입장문 발표로 사전 인터뷰를 갈음했던 김기동 감독이 경기 후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홈에서 정말 오랜만에 이긴 것 같다. 우리가 흐름을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코리아컵까지 생각하면 5승3무1패를 거뒀다. 홈에서 이기지 못하다 보니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서두르면서 심리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오늘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잘해줘서 기쁘게 생각한다.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해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선수들이 조금 더 집중했던 것 같다. 홈에서 그동안 많이 이기지 못해서 '홈에서 이겨야 한다, 원정에서는 수비적으로 하지만 홈에서는 공격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 욕심 내지 말고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자'고 이야기했다"며 "상대적인 공격 패턴을 잘 막아냈고, 공격 상황에서도 상대 포켓 공간을 잘 활용한 것이 많은 득점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기 내내 들려온 야유와 김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팬들이 현재 상황에 대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받아들여야 한다"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또 "외국인 선수들은 이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저게 팬들의 마음인 것 같다, 좋아하는 선수가 팀을 떠나서 팬들이 아쉬워하는 표현이니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훈련을 시작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있지 않겠나 싶다. 그런 부분에서 집중하도록 했다"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집중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그동안 박주영, 이청용, 오스마르, 고요한, 그리고 기성용까지 서울의 레전드로 불리는 선수들이 좋지 않게 구단과 헤어지는 부분을 두고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고 입을 연 그는 "나도 은퇴하는 시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코치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며 "결정과 선택은 본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은퇴할 때 더 할 수 있었지만, 내가 결정을 내렸다. 구단에서 많이 신경 써줘서 연수 이후 포항에서 지도자 코스를 밟았다"고 돌아봤다.
계속해서 "우리가 언제까지 선수로 뛸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결정을 해야 한다. 그 부분에서는 선수 본인이 결정했던 것 같다"며 선수들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서울은 내달 2일 전북 현대와 코리아컵 8강 홈 경기를 치른다. 최근 기세가 좋은 전북을 만난다는 점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만하다.
김 감독은 "리그와는 다른 문제다. 컵 대회여서 전북전만 넘기면 4강과 결승전을 바라볼 수 있다"며 "오늘 승리로 다음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휴식기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아울러 "승점 차를 보니까 2등까지는 크게 나지 않는다. 밑으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두가 알지 못하지만, 나는 우리팀이 계속 좋아질 거라고 자신한다. 4월에 우리가 이기지 못할 때에도 우리가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자신했다. 오늘도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